‘범죄도시’ 시리즈는 단순히 잘 만든 범죄 액션 영화의 차원을 넘어, 한국형 프랜차이즈의 가능성과 정체성을 동시에 보여준 독보적인 작품이다. 2017년 1편의 시작 이후, 매 편마다 업그레이드된 연출, 악역 캐릭터, 사회적 배경을 통해 영화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왔으며, 마석도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세계관 구축에도 성공했다. 본 평론에서는 각 편이 보여주는 스토리의 차이, 연출 스타일의 진화, 그리고 그에 따른 관객 반응의 변화까지, ‘범죄도시’ 시리즈를 입체적으로 조망하고자 한다.
1. 스토리의 흐름과 구조 변화
‘범죄도시’ 시리즈의 서사는 매 편 새로운 범죄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러나 단순히 에피소드식 전개에 머무르지 않고, 마석도 형사의 캐릭터를 통해 시리즈 전체에 일관된 중심축을 제공한다는 점이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1편은 서울 가리봉동을 무대로, 실제 2000년대 초반 화교 폭력조직 간의 항쟁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영화는 지역사회에 침투한 외국 조폭을 일망타진하는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전개로 시작해 관객을 단숨에 몰입시킨다. 이 작품은 강윤성 감독 특유의 리얼리즘 연출과 마동석의 신선한 캐릭터로 인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2편은 한층 스케일이 커진다. 베트남으로 무대를 확장하며 국제 범죄조직과의 대결 구도를 만들었고, 이로 인해 ‘범죄도시’라는 브랜드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편에서 마석도는 단순한 형사를 넘어, 말 그대로 ‘슈퍼히어로’ 같은 활약을 보여주며 상징적 캐릭터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3편에서는 금융사기와 사이버 범죄를 주요 소재로 삼는다. 복잡한 현대 범죄 구조를 반영함과 동시에, 경찰 조직 내부의 한계와 부패 등을 은근히 드러내며 사회적 메시지 또한 강화된다. 반면, 스토리 전개의 긴장감은 2편에 비해 떨어졌다는 평도 있었지만, 시리즈의 새로운 시도를 평가받기도 했다.
2024년 개봉한 4편은 사설 카지노와 마약 유통 범죄를 배경으로 한다. 조직적이고 폐쇄적인 범죄 세계를 깊이 있게 파헤치며, 마석도의 정의 구현 방식도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무조건적 폭력과 돌파력이 주요 무기였다면, 4편에서는 상대의 심리를 간파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면모도 드러난다. 이는 단순히 ‘때려잡는 형사’가 아닌, 시대에 맞춰 진화하는 수사관으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키며 스토리적으로도 큰 전환점을 제시한다.
2. 연출 스타일과 액션의 진화
범죄도시 시리즈의 정체성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요소는 바로 액션이다. 마동석이 펼치는 강력한 펀치 한 방, 밀실에서 벌어지는 난투극, 상대를 압도하는 피지컬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일종의 ‘서사적 상징’으로 기능한다.
1편의 액션은 철저히 현실적인 톤을 지향한다. CG보다는 실제 타격감, 조명과 음향 효과를 이용한 현장감이 강조된다. 특히 좁은 골목, 건물 내부 등 한국 도시의 특징을 살린 배경에서 벌어지는 격투 장면은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관객에게 실재감을 선사한다.
2편부터는 영상미가 본격적으로 강화된다. 베트남 현지 로케이션 촬영, 자동차 추격신, 빌딩 내부 격투 등 시각적 스케일이 커졌고, 헐리우드 스타일의 촬영 기법이 도입되었다. 반면, 이러한 변화가 일부 팬들에게는 ‘범죄도시 특유의 거칠고 투박한 맛’이 줄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마석도 캐릭터의 파워는 유지되었으며, 액션 연출은 더욱 정교해졌다.
3편과 4편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 원테이크처럼 보이도록 설계된 시퀀스, 복잡한 카메라 무빙, 카체이싱 등 고난도 장면이 속속 등장한다. 특히 4편에서는 카지노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액션 동선이 훌륭하게 설계되었고, 각 장면이 캐릭터와 서사의 감정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연출되어 큰 완성도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마동석 액션의 ‘유머화’다. 단순히 때리는 장면이 아니라, 말 한 마디와 몸짓 하나에도 웃음과 통쾌함이 담기며 캐릭터와 액션이 하나로 융합된다. 이 같은 연출은 단순 폭력의 미화가 아니라, 대중 영화로서의 재미와 완성도를 모두 잡기 위한 절묘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3. 관객 반응과 시리즈의 대중성
‘범죄도시’ 시리즈의 성공에는 마동석 개인의 스타성과 캐릭터 중심 서사 구조도 한몫하지만, 무엇보다 관객의 정서를 정확히 건드리는 방식이 효과적이었다. 강한 자가 악을 무찌른다는 단순한 구도는 언제나 통쾌함을 제공하지만, 범죄도시 시리즈는 여기에 사회적 현실감과 인간적인 공감을 추가한다.
1편은 당시 기준으로 ‘무명’에 가까운 조합이었지만, 강한 입소문으로 무려 688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2편은 ‘범죄도시’ 브랜드의 완전한 자리매김을 의미했다. 개봉 시점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였음에도 불구하고 1269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형 프랜차이즈 영화의 가능성을 열었다.
3편은 새로운 감독 교체와 시리즈 구조 변경으로 호불호가 갈렸지만, 100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기록하며 ‘이유 있는 기대감’을 입증했다. 특히 윤계상, 손석구, 이준혁 등 매번 화제가 된 악역 캐릭터의 흡입력은 시리즈의 고정 팬층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4편은 완성도 면에서 가장 정제된 평가를 받았다. 관객 평점이 고르게 높았고, 특히 범죄물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를 잘 살리면서도 유머와 리듬을 유지했다는 점이 호평받았다. 또한 마석도 외 캐릭터들의 조화와 스토리의 확장성, 악역의 개성은 SNS 및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가장 인상 깊은 점은, 관객이 단순히 액션을 보러 극장을 찾는 것이 아니라, 마석도의 다음 한 방을 기대한다는 점이다. 이는 캐릭터 중심의 스토리텔링이 제대로 작동했음을 의미하며, 시리즈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범죄도시’는 단순한 시리즈 영화가 아닌 하나의 브랜드다. 스토리, 캐릭터, 연출, 액션의 모든 요소가 편마다 발전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영화 산업에서 매우 드문 사례다. 특히 마석도라는 캐릭터는 시대적 정의감을 투사하는 대중적 아이콘으로 자리잡았고, 시리즈의 지속성과 정체성을 모두 확보했다. 이후 나올 5편, 혹은 스핀오프 등의 가능성도 고려해볼 수 있으며, 이는 곧 한국 영화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든다. 앞으로도 ‘범죄도시’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통쾌하게 돌파하는 하나의 대중문화 코드로 남을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또 어떤 악당을, 어떤 방식으로 무너뜨릴지, 마석도의 한 방을 기다려보자.